새책!『비평의 조건 ―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고동연·신현진·안진국 지음) | date. 2019.11.17 | view. 21,251 |
비평의 조건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비평의 조건은 무엇인가? 비평은 어떤 정치, 사회, 경제적 조건에서 생산되는가?
비평의 대상은 무엇이고 오늘날 비평가라는 주체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16편의 인터뷰 : 박영택, 류병학, 김장언, 서동진, 백지홍,
홍경한, 이선영, 옐로우 펜 클럽, 심상용, 현시원,
홍태림, 정민영, 양효실, 김정현, 이영준, 집단오찬
지은이 고동연·신현진·안진국 | 정가 24,000원 | 쪽수 528쪽
출판일 2019년 10월 28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Cupiditas, 디알로고스총서 06
ISBN 978-89-6195-219-4 03600 | CIP제어번호 CIP2019040667
도서분류 1. 미술 2. 미술비평 3. 예술 4. 사회학 5. 인문
이 책은 현재의 미술계 내부와 미술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세 명의 미술비평가가 미술현장과 밀접한 다양한 조건의 미술비평가 16명(팀)을 인터뷰하여 기록한 책이다. 지금 우리는 이미 사멸해버린 세계와 주도적으로 새로운 무엇인가가 태어나지 않는 세계의 사이에 살고 있다. 모더니즘이 사멸한 토대 위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새로운 세계를 잉태하려 했지만 무력함만을 보여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비평은 어디에 발 딛고 서 있을까? 비평의 조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비평은 어디를 향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해답은 없다. 다만 희미한 형체가 아른거릴 뿐이다.
― 프롤로그 :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
『비평의 조건』 간략한 소개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저자 고동연, 안진국, 신현진이 여러 현역 미술비평가 및 미술비평 그룹들을 만나 진행한 16편의 인터뷰를 수록하였다. 인터뷰 대상은 박영택, 류병학, 김장언, 서동진, 백지홍, 홍경한, 이선영, 옐로우 펜 클럽, 심상용, 현시원, 홍태림, 정민영, 양효실, 김정현, 이영준, 집단오찬 등 16인(팀)이다.
비평가가 쓴 평론은 어떠한 구조 안에서 유통되는가? 무엇보다도 비평의 생산과 유통망에 내재한 권력의 역학 안에서 비평가들은 어떠한 경험을 했으며, 어떤 미학적, 현실적 선택을 하였는가? 그리고 그 조건은 그들의 비평 스타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 현대미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될 때마다 끊임없이 비평의 성격이나 역할을 둘러싼 질문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정작 비평이 어떠한 사회적 조건 안에서 만들어져 왔는지를 고민하고 물어보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비평의 주체나 과정도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환경의 영향을 받을 터인데 말이다. 이 책은 위의 질문을 바탕으로 전문 비평가들이 미술계의 지형과 현재의 상황, 미술계에서 비평의 역할, 생존을 위하여 고민해온 경로를 16편의 인터뷰로 공유한다.
『비평의 조건』 상세한 소개
“비평이 미궁에 빠졌느니”
언젠가부터 현대 미술비평은 작업이나 작가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접근방식을 벗어나 철학적 관점을 택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경향이 본격화된 이래로 현대 미술비평은 현대미술만큼 어려워졌다. 대중들은 이미 현대미술을 엘리트적이라고 여기곤 한다. 비평도 마찬가지로 현실과 동떨어진 선언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예술의 기준이 다원화되면서 더 이상 비평가들이 담론으로 주도하는 일은 힘들어졌다. 비평이 위기에 빠졌다는 푸념이나 경고가 국내 미술계에도 만연해 있다. 비평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비평이 미궁에 빠졌느니”(2014년 10월 국제미술평론가협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의 제목), “비평이란 겨우 … 주례사”(김종길의 2013년 5월 『아트인컬쳐』 칼럼)라는 등 각종 비난이 난무한다.
미술비평은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변화했을 뿐이다
물론 미술비평이 애초부터 그렇게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다. 18세기의 계몽주의 철학자이며 흔히 근대 미술비평의 정초자로 불리는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는 미술비평이 갈림길에 서 있는 미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20세기 초, 기존의 비평이 예술작품과 작가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포장함으로써 부르주아 계급의 엘리트 미술 생산방식을 공고히 하는 데 사용된다고 비판하였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도 비평을 결코 무용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벤야민은 비평을 요청하였다. 이후 “바라보는 자신을 본다”는 모더니즘의 절대적인 언명과, 다원주의 혹은 문화 상대주의의 열풍이 인문학과 미술비평을 휩쓸었지만, 그때도 비평의 중요성이 간과되지는 않았다. 할 포스터(Hal Foster)의 「비평-이후(Post-Critical)」(2012) 같은 글들이 이를 잘 드러내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비평이 요구된다. 다만 그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다.
유투버, 국민논객, 깨시민의 시대에 비평의 새로운 자리는 어디일까?
우리는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사회 곳곳에서 감지한다. 인문학 열풍, 유튜버, 국민 논객, 깨시민 같은 용어들은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싶어 하는 시대, 누구나 쉽게 대중과 대화할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이 충족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부제인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 ”는 이러한 시대에 비평의 태도와 위치에 관한 새로운 출발점, 새로운 자리를 의미한다.
16편의 인터뷰로 현대미술비평의 지형도를 그린다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동연, 안진국, 신현진 등 세 명의 공동저자는 16인(팀)의 현역 비평가의 입을 통해 현재 비평의 위치를 확인해보고자 했다. 이들은 이 책을 기획할 때 특정한 관점을 취하기보다는, 변화하는 미술계의 전반적인 여건에 다각도로 접근하려 했다고 말한다. 세 명의 저자는 초로(初老)에 있는 베테랑부터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비평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나들며 그들이 바라보는 현대미술과 하고 있는 비평의 방식을 묻고 또 물었다. 여기에는 비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언론매체, 출판 관계자도 포함된다.
따라서 『비평의 조건』은 비평이 처한 전반적인 조건을 추적하면서 그와 동시에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이 처한 특정한 비평의 지형도를 그리는 책이다. 돈, 권력, (성)정체성, 예술계의 정치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시대적 조건과, 비평의 생산 및 유통에 내재한 권력의 역학 안에서 과연 비평가들은 어떠한 경험을 하고 있는가? 어떤 생각을 기준자로 삼아 판단을 내리는가? 어떤 현실적인 선택을 했는가? 그리고 그 조건은 그들의 비평 스타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세 명의 저자는 비평가와의 대화를 통하여 그들의 비평이 비평가의 개인적인 상황과 미술계의 공동체적인 여건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동하고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책은 엘리트적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서 일반 대중은 물론이거니와 미술계 내부의 생산자들로부터도 자주 외면받아온 현대미술비평을 다시 되짚으며, 그 역할과 여건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키고자 한다. 그렇기에 비평이 어떠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좋은 비평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비평가의 무용담을 다루지는 않는다. 아울러 비평의 위기를 논하기 전에 비평가를 둘러싼, 그리고 비평가들에게 지면을 제공하는 이들이 처한 사회적, 역사적, 개인적 배경을 둘러본다. 다양한 연령대, 비평계 입문 경로, 글의 형식과 시대적 예술사조에 따라 비평가들이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였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짧게는 3년, 길게는 30여 년에 이르는 비평가들의 활동 궤적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이 현재 미술계의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이로부터 현대미술비평의 대안적이고 저항적인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비평의 조건』 책의 구성
이 책은 변화하는 시대상과 그 안에서 비평가가 어떻게 운신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4부로 나눠 구성했다. 물론 각각의 인터뷰는 독자들이 비평가의 길고 고된 여정을 보다 총체적으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활동 전반에 대한 다양한 줄기의 대화로 엮여있다. 그렇다 보니 각각 인터뷰 내용은 해당된 주제에 한정해서 전개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여러 갈래의 주제로 대화가 흘러간다.
1부 비평의 주체 : 누가 비평하는가?
1부는 새롭게 등장한 주체, 이 시대에 요구되는 주체의 면면을 다룬다. 더 이상 주체-객체로 나누는 칸트식의 이분법으로 현재의 사고 체계를 규정하기 어려워졌다. 1부는 이른바 포스트 정체성의 시대에 비평가의 존재와 역할을 조명한다.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결코 진리에 다다를 수가 없다는 것을 아는 주체이며, 생존에 골몰해야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주체는 더 나은 것이 ‘이것이다’라고 발언할 수 있기는커녕, 판단조차 불가능한 전비판적 상태에 있다. 푸코의 비판에 따르면 자본주의 시대 지식인의 한 표상으로서 비평가는 여느 직업을 가진 전문인과 같이 경제인간이 되어 인적자본으로서 자신의 스펙과 브랜드를 홍보하는 인물이 되어야 하고, 전문가적 매너와 소양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주체는 근대적인 주체성을 상실하고 자신이 수행한 바의 총합을 자신의 임시적인 정체성으로 획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2부 비평의 인프라 : 어떻게 유통되는가?
2부는 비평가가 생산해내는 글이 유통할 매개체와의 관계 속에서 그 사회적 형상이 조각되고 의미가 결정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생산, 매개, 향유, 다시 생산으로 이어지는 미술계의 순환적인 구조는 언론매체, 미술관, 정책기관, 그리고 그들과 연관을 맺고 활동하는 전문적인 미술인 인프라를 통하여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비평가는 어디에 글을 기고하고, 어떠한 역학관계에 따라, 어떤 내용을 누구와 함께 만들어내는가? 그리고 자신의 생산물에 대해서 어떠한 경제적인 보상을 받게 되는가? 비평가의 구체적인 결과물인 전시 서문이나 작가론, 논문은 결국 학술지나, 도록, (그리고 많은 부분) 미술 전문잡지를 통해서 유통된다. 자연스럽게 지면을 생산해내는 사회적 기관은 비평가들에게는 직장이나 다름없다. 갑을관계를 넘어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 비평가들은 지면을 만들어내고 지켜내는 미술계 동료와 어떻게 연대하며 어떻게 생존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 있는가?
3부 비평의 시대적 조건 : 무엇이 변수인가?
3부는 미술계의 유기적인 내부 구조도 특정한 시대의 역사적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예술이란 (사실 언제나 그랬지만 지금은 좀 더 깊이) 정치, 경제, 사회적 네트워크와 연동되어 있다. 그래서 다면체적인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언이 예술이 자본주의에 잠식되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진 예술에 맞추어 좀 더 구체적으로 대응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을 뿐이다. 3부는 이러한 여건의 직접적인 여파를 보여주는 비평의 과정, 비평가가 만들어지는 사회적 구조를 보여준다. 이들은 단지 미술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정책을 논하고, 결론이 아니라 차연(差延)을 만드는 수행과정으로서의 비평 행위를 영위해간다. 글을 쓰고, 그 과정에서의 정동이 드러나도록 창작하며, 예술을 향유하면서도 정작 비평에는 타자였던 감상자 및 독자에게 눈을 돌려 미술 애호가들의 취향을 찾아내고, ‘전문가의 현장’이 아닌, 이른바 ‘또 다른 파이’, ‘또 다른 현장’을 만들어간다.
4부 비평의 대상 : 무엇을 다루는가?
우리 시대 미술비평의 소재는 미술관, 화랑 같은 제도 안에 전시된 예술 작품에 국한되지 않고 대상을 사물로까지 확장한다. 4부에서는 그리고 그로 인하여 미술비평가들이 얼마나 다양한 비평적 내용과 글쓰기 스타일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비평가들은 선험적이거나 초월적 지식이 아닌, 자신들이 경험한 감각적인 세계, 특히 작품과 조우하는 순간에 발현된 애정으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다. 간혹 비평가들은 퍼포먼스나 안무에 참여하고 체험하는 과정뿐 아니라 그 안에서 예술가와 맺는 관계나, 혹은 예술가가 젠더와 젠더를 둘러싼 최근의 담론들에서 보이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그러면서도 예술가 스스로 전투적인 페미니즘 담론에 함몰되어가는 과정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회화와 같은 예술실천 현상에서 이론을 귀납법으로 도출해보고자 시도하기도 하고, 비평가의 머릿속 사유가 퍼포먼스로 도출되는 과정을 추적하기도 한다. 물론 예술가와 작품이 미술이라는 중앙무대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4부는 비평가가 미학적으로 취하게 되는 머릿속의 인지 과정을 그린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 소개
고동연 Dong-Yeon Koh
아트 2021의 공동디렉터(2008~2010), 신도 작가지원프로그램(시냅, 2011~2014)의 한국 심사위원, 국내외 아트 레지던시의 멘토 및 운영위원, 비평가, 연구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응답하라 작가들 : 우리시대 미술가들은 어떻게 사는가?』(2015), 『Staying Alive : 우리시대 큐레이터들의 생존기』(신현진 공저, 2016), 『소프트파워에서 굿즈까지 :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현대미술과 예술대중화 전략』(2018)이 있다. 현재 Post-memory Generation in South Korea : Korean Contemporary Arts and Films (Routledge, 근간)를 집필 중이다.
신현진 Hyunjin Shin
쌈지스페이스 제1큐레이터, SAMUSO 전시실장, 뉴욕 아시안 아메리칸 예술 센터(Asian American Arts Center)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했다. 이후 권위를 뺀 미술비평의 내용을 담은 소설을 쓰겠다는 밀리언셀러 소설가 지망생이 되어 2013년에는 연재소설 『미술계 비련과 음모의 막장드라마』가 <테이크아웃 드로잉>에서 발행한 신문에 실렸다. 번역서로 『예술 노동자』(열화당, 근간)가 있다. 「사회적 체계 이론의 맥락에서 본 대안공간과 예술의 사회화 연구」로 2015년 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안진국 Jinkook Ahn (Lev Aan)
미술비평가. 동시대에 일어나는 다채로운 사건들의 내면에서 흐르고 있는 사유체계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동시대인의 보편적인 사유방식을 탐색하고 있다. ‘2015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에 「제안된 공간에서 제안하는 공간으로」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비평을 시작했다. 종합인문주의 정치비평지 『말과활』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2016~2017), 월간 『BIZart』 고정 필자(2016.7.~)이기도 하다. 공저로는 『기대감소의 시대와 근시 예술』(2017)이 있으며, 다수의 미술전문지에 미술비평 및 예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디지털·문화·정책을 연구 중이다.
책 속에서 : 미술비평가 16인(팀)의 인터뷰
저는 비평가가 ‘나는 이 작품 이렇게 본다’, ‘이런 것으로 인해 이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걸 보다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 많이 보고 경험한 시간을 이길 수는 없어요. 보는 안목을 훈련하는 게 중요해요.
― 박영택, 비평가의 안목, 47쪽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무엇보다 그 사람을 다 수용하잖아요? 그래서 작가/작품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 류병학, 전문가로서의 비평가 : 너희가 비평을 아느냐, 81쪽
픽셔널하다고 해서 나의 견해를 감추지는 않습니다. 견해를 직접 말할 수 없어서 우회하기 위해서 픽셔널한 것을 생각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나의 글쓰기의 방법론으로서 발명하고자 했다고 말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 김장언, 분열된 현대적 주체, 105쪽
그런 점에서 제가 눈여겨보았던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에 저항한 예술가들의 싸움 가운데 가장 유명한 홍대 두리반 싸움일 겁니다. 거기에 참여한 작가나 미대생들이 그런 예술 파업에 가까운 몸짓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서동진, 전비판적 주체와 역사적 비판, 134쪽
『미술세계』의 지향점 중 하나는 한국 미술계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 블랙리스트 문제를 지속해서 추적한다던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는 ‘아티스트 피’ 문제의 변화를 담아낸다던가, 대선을 앞두고는 대선후보 전원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 백지홍, 잡지의 환골탈태, 175쪽
저는 《아트 스타 코리아》가 작가들의 삶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를 들춰내고 미술계 전문가라는 이들의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태도에 대한 나름의 흥미로운 실험이었다고 생각해요.
― 홍경한, 미술잡지와 비평가를 둘러싼 권력의 제국, 197쪽
어떤 작가에 대해 한 번을 쓰든 그 이상을 쓰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 그렇게 해서 좋은 점은 선입견 없이 작가를 대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무명작가든지 유명작가든지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이죠.
― 이선영, 비평가라는 평생직장, 230쪽
글이 어떻게 수행적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어요. … 제가 리뷰를 썼던 작업들은 제가 여러 번 갔거나, 오래 봤거나, 굉장히 반복해서 봤거나, 했던 작업들이에요. 그래서 작품을 체험하는 시간의 간격을 충분히 벌려 놓는 글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작품에 충분히 오래 머물러 있고, 그걸 쓴 결과물이 돼요.
― <옐로우 펜 클럽>, 비평가 공동체, 250쪽
‘비평이 죽었다’는 진술은 저에게 특정 작가나 현상에 의미를 집중시키기 위해 글을 생산하는 비평의 주도권이 시장으로 양도되어 온 현상을 떠올리게 해요. 오늘날 비평은 스스로를 왜곡하면서 신화가 되려는 경향이 있어요
― 심상용, 자본주의와 예술, 295쪽
저는 비평이라는 것이 두 가지 원칙이 있다고 생각해요. ‘상투적이지 않을 것’, ‘무조건 봉사하지 않을 것’ 작품에 대해서 부가적으로 기능하지 않을 것을 주장하는 거예요. … 저는 제 글이 작업이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 현시원, 포스트-목적론적 시대의 수행적 글쓰기, 328쪽
비평 활동 역시 실패와 성공, 그리고 그에 대한 생산적인 상호작용의 누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신의 글을 발표할 곳도 마땅히 없는 신진은 그러한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성공도 실패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곳을 생각하며 <크리틱-칼>을 만들었죠.
― 홍태림, 비평가와 정책, 349쪽
미술에 관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미술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미술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거든요.
― 정민영, 비평의 대중화 : 독자 없는 비평은 가능한가?, 383쪽
예술은 웃음이기도 한 거예요. 저는 계속 웃음 얘기를 해 오는데요. 약자가 자기 연민, 나르시시즘으로 돌아가지 않을 때 자기 경험을 비틀어서 나오는 자기 강함, 즉 “나는 너희들에게 상처를 입었지만 그로 인해서 내 삶이 비참해지지 않았다.”라고 얘기할 때 나오는 게 예술이고 그것은 예민해야 가능해요.
― 양효실, 여성 미술, 차이의 비평, 401쪽
최근의 변화라면 미술 안에서의 ‘페미니즘’에 좀 더 주목해 보려는 게 있어요. 지난 몇 년간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총체적 문제로서 성폭력 문제가 드러났잖아요. 미술계 안에서 여러 가지 사태가 있었고요. 사회 구성원 중 한 사람으로서 갖는 포괄적인 관심도 있고, 여성인 비평가로서의 제게 주어진 기대도 있는 것 같아요.
― 김정현, 작가와 비평가의 거리, 그 수행적 퍼포먼스, 443쪽
첫째는 공학적인 것이 무척 재미있어요. 제가 최근 연구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 엔진의 역사인데요. 사실 엔진 하나에 열역학, 재료공학이 들어가야 하고 구조공학, 유체역학, 연소공학이 들어가거든요. … 과학자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풍부한 얘기들인데 저는 거기에다가 의미의 레벨, 가치의 레벨을 더하고 싶다는 거죠.
― 이영준, 기계 덕후 비평가의 항해기, 458쪽
작가들이 근 과거라는 토대 위에서 작업을 매개로 분방하게 움직이는 풍경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유령이라는 정체성은 근 과거로부터 얼마간 이격된 상태에서, 주어진 토대를 상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거죠.
― <집단오찬>, 발견한(할) 미적 경험을 향하여, 512쪽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예술인간의 탄생』(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5)
예술성이 협의의 예술사회는 물론이고 생산사회와 소비사회 모두를 횡단하면서, 예술의 일반화, ‘누구나’의 예술가화, 모든 것의 예술 작품화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예술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센세이셔널한 예술종말론들이 유행하고 있다. 어째서인가? 종말로 파악할 만큼 급격한 예술의 위치와 양태변화는 항상 새로운 주체성의 대두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단토, 가라타니 고진, 벤야민 등의 예술종말론들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나타난 예술적 변화를 예술종말로 파악한 과거의 관점들(헤겔, 맑스)을 산업자본주의에서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이라는 다른 맥락에서 되풀이하는 것이다.
『투명기계』(김곡 지음, 갈무리, 2018)
영화가 또 하나의 철학일 수 있을까? 단지 철학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영사되고 감상되고 심지어 편집되는 빛의 철학일 수 있을까? <투명기계>는 그 대답이다. 라이프니츠, 니체, 화이트헤드, 맑스 등을 가로지르며, 소비에트, 네오리얼리즘, 누벨바그, 뉴저먼 시네마 등 영화사의 굵직한 사조들을 아우른다. 장르영화(공포, SF)뿐 아니라 실험영화(애니메이션, 구조주의)도 다룬다. 한국영화도 놓치지 않았다. 유현목과 베르히만, 임권택과 타르코프스키의 비교뿐만 아니라, 한국 뉴웨이브와 신파에 대한 최초의 철학적 접근을 선보인다.
『플럭서스 예술혁명』(조정환·전선자·김진호 지음, 갈무리, 2011)
다중지성 총서 첫 번째 책. 플럭서스 예술운동에 대한 한국 최초의 본격연구서이다. 플럭서스는 전통적이고 경직된 재현적 예술체제를 타파하고 예술을 삶과 통합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 실험하고 실천하였다.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해체하고, 예술적인 것에 대한 제도적 ․ 전통적 통념을 넘어, 예술과 삶 그리고 존재와 생명의 통일을 실천했던 플럭서스 총체예술을 분석한다.
『예술로서의 삶』(재커리 심슨 지음, 김동규·윤동민 옮김, 갈무리, 2016)
우리가 이 땅에서 먹고, 마시고, 말하고, 즐기고, 고통을 받으며 숨을 쉬고 있는 한 자기의 삶에 대한 관심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예술로서의 삶>은 바로 이러한 철학의 물음에 충실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재커리 심슨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물음에 예술로서의 삶이라는 철학자들의 통찰을 나름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니체,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마리옹, 카뮈, 푸코에 이르기까지 19~20세기를 수놓은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이 제시한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저자는 ‘예술’을 매개로 정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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