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강의를 찾아서] "지구 멸망 부를 온난화… 두려운 얼굴로 돌아보라" | date. 2012.08.20 | view. 48,357 |
[명강의를 찾아서] "지구 멸망 부를 온난화… 두려운 얼굴로 돌아보라"
이제 기후변화의 위험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런 인식이 관념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크든 작든 삶의 방식까지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윤순진(44)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기후변화가 요청하는 시대적 성찰'이라는 강의를 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안다고 하면서도, 당장의 편리성이나 이익 때문에 에너지 절약이나 식생활 변경 등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중성이 기후문제에 대한 대처를 힘들게 하고 결국 지구를 파멸로 치닫게 할 수 있다고 윤 교수는 강조한다. 강의 제목에 성찰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은, 우리의 삶을 전반적으로 돌아보아야 기후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그의 강의는 서울대가 대학 바깥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서울대 온라인 지식 나눔'(SNUi) 강의 중 하나다. 그의 강의는 누구든 온라인(http://snui.ac.kr)에서 만날 수 있다.
기후문제의 심각성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2100년의 지구 온도가 20세기 말에 비해 적게는 1.1도, 많게는 6.4도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온도가 0.74도 올랐는데도 기후에 큰 변화가 온 것을 감안할 때, 1.1도 상승하면 엄청난 변화가 찾아올 게 분명하다. 최대치로 제시된 6.4도가 오른다면 지구가 멸망하고 말 것이라고 윤순진 교수는 걱정한다.
먼저 생태계와 보건에 미칠 영향이다. 윤 교수는 지금처럼 기온이 오르면 생물종의 20~30%가 멸종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후 변화에 따라 외래종이 몰려오고 그것들이 생태계를 교란하면 우리의 몸은 미처 거기에 적응하지 못한 채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혹서와 열파에 의한 사망이 늘어나고 수인성 질환, 감염성 질환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말라리아와 뎅기열 같은 질병도 한반도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해수면 상승은 직접적인 위협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고 해안선이 길기 때문에 영향이 특히 크다. 제주도 용두암 부근 보행 통로가 바닷물에 잠기는 시간이 지금도 길어지고 있다. 게다가 해수면 상승의 피해를 완충할 갯벌은 너무 많이 매립돼 있다.
한반도 너머 몰디브나 투발루 같은 섬나라가 바닷물에 잠겨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전망이다. 섬나라 일본과 영국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해수면 상승이 해류의 흐름을 바꾸고 그것이 엘니뇨 또는 라니냐와 결합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낳게 된다.
지진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도 있다. 기온이 올라 동토가 녹으면 지구의 판을 눌러주는 압력이 변해 지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문제의 원인
윤순진 교수는 "기후문제는 사람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IPCC도 인간 사회경제 활동의 결과라고 규정한 적이 있다.
사람은 산업활동, 교통수단의 이용, 전기 생산, 냉난방 등을 위해 화석연료를 연소시켰고 그 결과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면 지구의 복사열 양이 증가해 지표면의 온도가 상승한다. 반도체 산업 등에서 냉매제 혹은 세척제로 사용하기 위해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 인공 온실가스를 개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목축도 중요한 이유다. 소를 기르기 위해, 소를 먹이기 위한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숲을 파괴했다. 소를 기르고 도축하고 고기가공하고 수송하는 모든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51%가 목축에서 발생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다. 소가 트림할 때 나오는 메탄의 양도 어마어마하고 소의 분뇨 또한 메탄덩어리다.
작물, 채소, 과일의 재배라고 예외가 아니다. 석유로 만드는 농약과, 천연가스로 만드는 비료를 뿌린다. 기계농업을 하겠다며 기계를 움직이는데 또 석유가 들어간다. 농약 살포, 수송, 포장, 저장 등의 전 과정에 석유가 투입된다.
기후문제는 경제문제
윤순진 교수는 "기후변화가 인간의 삶 전반, 특히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가령 한국은 밀의 1%, 콩의 8% 정도만 자급하는데 기후변화로 농사가 불안해지면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해 수입이 어려워지고 섭취도 영향을 받는다. 기후변화로 기근이라도 발생하면 식량난이 극심해져 지구적으로 굶는 사람이 급증하고 대규모 영양 결핍이 일어날 수 있다.
기후문제는 기업에게도 중요하다. 당장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거나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역내로 들어오는 항공기는 배출권을 사도록 하는 등 선진국의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으로서는 가볍게 흘릴 것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도, 한국은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기 때문에 우리는 에너지 사용을 무조건 줄여야 한다. 자동차, 반도체 어렵게 수출해서 기름 사오는데 쓰는 꼴이다.
정부는 규제, 기업은 개술 개발, 시민은 절약
정부가 탈규제로 가고 있지만, 에너지 사용과 관련해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윤 교수는 주장한다. 그래서 기업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 요금 구조도 이원화해야 한다고 윤 교수는 말한다. 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요금을 싸게 하고, 다른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끌어다 사용하는 지역은 비싸게 하면 에너지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업종에 따라 태도가 다르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규제에 반대하고 에너지효율 기술이 높은 기업은 찬성한다. 따라서 정부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압박해야 하는데 그때 시민사회가 원군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말 잘 듣는 시민단체만 챙길 뿐, 환경운동 단체는 홀대하는 게 걸림돌이다.
에너지 절약이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에 기업도 피할 수는 없다. 우리가 물건을 파는 미국, EU 등이 에너지 과소비 제품에 세금을 물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동일 제품을 만들 때 에너지를 적게 투입하면 훨씬 경제적이니 대비를 잘 해야 한다.
시민 인식도 중요하다. 대기전력을 줄이는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것이 많다. 컴퓨터를 포함한 가전제품은 사용하지 않을 때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 대기전력은 현재 가정전력 사용의 10~20%를 차지하고 있다. 조금만 더워도 냉방을 하고 조금만 추워도 난방을 하며 가까운 거리도 승용차를 타고 가려는 생활 습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육식을 줄이고 과일도 제철 것을 섭취하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결국 생활 방식의 변경이 필요하다. 윤 교수는 "진정 기후변화를 걱정한다면 불편을 참고 소박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 외에 또 필요한 것이 정치의식이다. 윤 교수는 "개인 차원의 노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제도화의 의지가 강한 정치세력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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