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100년 한번 올만한 재앙 연달아 터져”
아이티 지진·파키스탄 홍수 등서 26만명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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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파괴에 몸살을 앓고 있는 대자연의 경고였을까. AP통신은 19일 2010년은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환경 재앙이 연달아 터진 ‘지구 역습의 해’라고 보도했다.
자연재해로만 올해 지구촌에서 26만명이 숨졌는데 이는 지난 30여년간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 40년간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 크레이그 퓨게이트 청장은 올해 환경 재앙이 “파도처럼 연속적으로 밀려왔다”며 “100년 만의 사건이라는 말은 올해 들어 의미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재앙은 남미의 아이티에서 시작됐다. 1월 12일 규모 7.0의 강진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했고 사망자는 22만명에 달했다. 신원 확인 없이 시신을 대량 매장했기 때문에 실제 사망자가 3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난한 국민 대부분은 수십년간 허름한 오두막집에서 살았고, 이들의 집은 지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2월 다시 아이티를 흔들던 지진은 칠레를 강타, 1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재민만 80만명이 발생했고, 재산피해도 300억달러에 달하는 칠레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었다. 4월엔 중국 칭하이성 위수 장족자치주에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해 26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름과 함께 찾아온 홍수와 폭염은 전 세계에서 1만7000여명의 생명을 빼앗았다. 7월 말 파키스탄을 덮친 홍수로 미 위스콘신주의 크기와 맞먹는 1억6000만㎢가 물에 잠겼다. 러시아는 수은주 측정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인 섭씨 43도를 기록하며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수십 개의 촌락이 불탔다. 로스앤젤레스에서도 기온이 섭씨 45도를 기록하는 등 올해 18개 국가에서 최고 기온이 경신됐다. 10월엔 인도네시아에 지진과 쓰나미, 화산 폭발이 이어지면서 500여명이 사망했고 수십만명이 대피해야 했다.
올해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규모 7.0 이상의 강진은 평년의 16차례보다 많은 20차례 일어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9월까지 59개 국가에서 홍수가 일어나 6300명이 숨졌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올해 대형 재난이 79건 일어났으며 이는 평년 발생 횟수인 34회의 두배가 넘는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재보험사인 스위스리는 11월까지 자연재해로 26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자연재해 사망자는 1만5000명이었다. 이에 비해 1968년부터 2009년까지 테러로 숨진 숫자는 11만5000명이다. 스위스리는 자연재해로 인한 비용 손실액을 홍콩의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2220억달러로 추정했다.
과학자들과 재난 전문가들은 이러한 참사가 자연의 경고라며 우리 자신을 비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위스리의 안드레아스 슈라프트 대참사 위험 부문 부회장은 “모든 급변은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