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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date. 2012.08.22 view. 52,226
  • 작성자. 박조용
이대로면 목포항 침수...MB '변심'이 부를 비극
당진·고흥·해남까지, 기후변화 부추기는 화력발전소의 실상

 

 

 

 

당진화력 전경
ⓒ 유종준
당진화력

<조선일보> 2011년 11월 29일자에 매우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대통령도 깜짝 놀란 한반도 온난화 속도'. 온난화로 인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돼 과거 100년(1912~2010년)간 진행됐던 만큼의 변화가 향후 10년간 급격히 일어날 것이라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기상청 등 정부 8개 부처는 당초 이 같은 내용의 '기후변화의 새로운 양상과 기본 대응 방향' 보고서를 작성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이 대통령은 "(파장이 클 수 있으니) 전문가 검증을 거쳐 발표하라"고 지시해 이후 약 한 달 간 재검증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대동소이했다.

유엔 산하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가 2007년 채택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기온 상승 폭은 2℃였지만 이번 보고서는 이보다 85% 증가한 3.7℃로 기후변화 속도가 지금까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기온 상승으로 극지·고산지대의 빙하가 녹으면서 2050년 우리나라 해수면 높이는 기존 전망치(9.5㎝)의 2.8배인 27㎝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해당하는 150㎢ 지역이 범람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안 모래사장은 32%가 물에 잠길 것으로 전망됐다. 새만금 방조제, 목포항 등도 잠길 우려가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남태평양의 투발루가 남의 얘기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누적되어 복사열의 방출을 차단함으로써 지구표면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온실가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물질은 무엇일까? 메탄(CH₄), 아산화질소(NO), 수소불화탄소(HFC), 과불화탄소(PFC), 6불화황(SF₆) 등이 꼽히지만 온실가스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물질은 '이산화탄소(CO₂)'이다.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녹색성장' 앞에 굳이 '저탄소'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탄소배출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당진시, 내년이면 광양시 제치고 온실가스 1위

지난해 4월 22일 당진시청 소회의실에서 당진환경보전종합계획 최종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했던 환경단체 소속 참가자들은 용역보고서를 받아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표1.
ⓒ 당진환경보전종합계획
온실가스

당진시의 의뢰로 충남발전연구원이 용역을 맡아 작성한 이 보고서의 온실가스 배출 추정량이 당초 알려졌던 내용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충남발전연구원이 지난 2009년 6월 발표한 '당진군의 온실가스 배출현황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당진지역의 온실가스 배출 추정량은 2013년에 2985만톤, 2015년 3170만톤이었다.

이 정도의 수치면 충남도 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7.1%정도로 대기오염물질 다량배출업체가 밀집한 충남도 내에서도 압도적인 1위에 오를 것이 예상됐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줬다.

그런데 불과 2년 후인 2011년 4월에 발표된 최신 자료에 따르면 당진지역의 온실가스 배출 추정량은 2013년에 4330만톤, 2015년에 522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표1 참고). 이는 2009년에 조사된 추정량에 비해 각각 45%, 64.7%나 높은 수치다.

이를 알아보기 쉽도록 타 지역과 비교해보자.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09년에 발표한 온실가스 배출량(2006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시군은 전남 광양시로 연간 3521만 9천톤이었다(표2 참고).

물론 비교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2006년 이후 광양시에는 포스코광양제철소가 부생가스를 이용해 만든 기력발전소 4기와 콜타르 업체 정도만 새로 세워졌고, 이로인해 연간 6만톤 정도의 온실가스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므로 온실가스 배출량 부분에서는 당진이 광양을 앞설 것으로 보인다.

즉, 당장 내년이면 당진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4330만톤으로 광양을 제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2015년이면 광양시와의 격차가 808만톤(30%)에서 1698만톤(48.2%)까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15년 이후에도 당진지역에 각종 산업단지 개발과 입주계획이 있어 이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당진을 온실가스 배출 1위에 등극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석탄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그리고 인근의 대산석유화학단지 때문이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소는 충남도 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기여도가 크다.

온실가스뿐만이 아니다. 당진환경보전종합계획의 '읍면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및 전망(표3)'을 보자. 12개 읍면 중 석문면이 오염물질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유는 물론 석문면에 소재한 석탄화력발전소 때문이다. 쉽게 말해 당진시 전체에서 아무리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저감설비를 갖추고 오염물질 배출을 줄인다고 해도 석탄화력발전소 하나만 신설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표3.
ⓒ 당진환경보전종합계획
탄소배출량

환경·경관·주민재산권 파괴하는 흉물 '송전철탑'

대기오염물질뿐만 아니라 고압송전선로도 커다란 피해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송전하기 위해서는 고압송전철탑과 선로를 건설해야 한다. 발전소는 입지한 지역이 문제가 되지만 송전선로는 수요처까지 보내기 위해 먼 거리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선로가 지나는 지역의 주민들이 모두 피해자가 된다. 송전철탑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멀쩡한 산을 파헤치고 주민 주거지를 가로지르게 된다. 고압선 주변의 전자파 피해와 소음 등 환경적 피해, 경관피해가 상당하다. 당진의 석문 교로리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고압선 주변에서 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아 피해보상을 받을 길도 없다.

또 고압송전철탑이 지나게 되면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도 상당하다. 철탑 건설로 인한 보상은 극히 미미한 반면 해당 지역의 땅값은 폭락하게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땅값폭락이 문제가 아니고 아예 매물로도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어느 누구도 송전철탑 주변에 집이나 상가를 지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부르짖던 현 이명박 정부가 최근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탄소배출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마구잡이로 허가하고 있다. 포항, 고흥, 최근에는 해남에 이르기까지 주로 남해안에 위치한 지역들이 민자 석탄화력발전소 추진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당진시가 난데없는 견학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당진은 기존의 당진화력 이외에 민자발전사업자인 동부화력이 50만kW급 발전소 2기 설치를 추진하고 있어 전군민적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반대운동에는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주민, 당진시, 시의회, 지역 내 대부분의 사회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단체를 차치하더라도 지역주민과 자치단체, 지방의회는 왜 반대의견을 밝힐까? 한마디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많다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은 어디로 갔을까

온실가스를 비롯해 질산화물과 황산화물, 미세먼지 등 다량의 오염물질 배출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발전사업자나 일부 지역의 토건업자들이 주장하는 '지역경제 활성화'는 사실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만약 못 믿겠거든 50만kW급 석탄화력발전소 8기가 가동되고 있고 현재 100만kW급 2기가 건설 중에 있는 당진시 석문면 교로3리를 가보자.

당초 석탄화력 1, 2호기가 건설될 당시 이 마을주민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당진시민들은 이 마을이 크게 번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화력발전소가 한두 개도 아닌 여덟 개나 들어선 2012년 3월 현재 석문면 교로3리는 낡은 구 시가지의 모습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많다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우선 발전소 건설에 따른 특별지원금의 대부분은 당진문예의 전당과 터미널, 종합운동장 건립에 사용됐다. 어차피 자치단체가 국비와 도비 지원을 받아 지어야 할 시설물을 특별지원금으로 조금 일찍 지은 경우다. 기타 지원금은 대개 마을 소득사업으로 사용됐으나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각 마을별로 면장갑공장, 공동축산시설, 공중목욕탕, 간이상수도 사업 등이 추진됐으나 방만한 예산집행과 관리소홀, 부실시공 등으로 모두 실패했다.

특히 공중목욕탕 사업의 경우 부실시공으로 인한 비리사건에 연루돼 담당 공무원과 건설업자가 구속되고 수차례 하자보수 끝에 헐값에 매각되기도 했다. 간이상수도 사업은 부실시공과 공사비 착복의혹 등으로 검찰수사까지 진행됐다. 이렇다 보니 상당수 마을에서는 멀쩡한 마을회관을 허물고 다시 짓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석문면개발위원회와 자치단체에 수십, 수백 억 원이 지원됐지만 주민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돈이 많이 쌓여 있다고 해도 실질적인 주민소득으로 연결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렇다 보니 석문면 주민들이 실감하는 주민 지원 사업은 일부 지도층들에 대한 해외연수나 석문면 체육대회 때 산더미처럼 쌓이는 경품 등이 전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화력발전소 입주에 따른 지원금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행되기 때문이다.

석탄화력이 추진되고 있는 전남 고흥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발전사업자와 이에 동조하는 일부 개발세력들이 주민들에게 각 세대 당 얼마씩 지원금이 돌아갈 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한다. 각 세대에게 지원금을 나눠준다는 말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은 각 세대별로 1/n로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행법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고용효과는 좀 있지 않을까? 현재 8기가 가동되고 있고 2기가 건설 중인 당진화력의 전체 직원 수는 600명 정도다. 이마저도 당진화력의 정규 직원들은 공개 채용된 인력이다. 즉, 지역주민들에 대한 고용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이렇다 보니 지역주민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인 협력업체 소속으로 청소, 경비 등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갖 피해 겪는 당진시민들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

당진화력이 입주한 교로3리의 낡은 시가지
ⓒ 유종준
당진화력

최근 남해안 일대에서 석탄화력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경북 포항, 전남 고흥, 해남 등이 석탄화력 입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포항의 경우 시의회에서 적극 나서 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을 결의해 입주를 저지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전남 고흥과 해남에서는 아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해남의 경우 몇 해 전 여름휴가 때 땅끝마을에서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빼앗겼던 기억이 있기에 더욱 안타깝다. 그 아름다운 관광자원을 화력발전소에 내주겠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고흥에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나로 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에 석탄화력이 추진된다고 한다. 만약 필자가 군수라면 별 영양가 없는 화력발전소보다는 나로 우주센터와 연계한 우주테마관광단지를 육성할 텐데 현 군수는 생각이 다른가 보다. 우주선을 발사할 때마다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나로도에 혐오시설인 석탄화력을 유치하겠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나로 우주센터는 첨단 정밀 전자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주변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게 되면 석탄가루가 바람에 날려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석탄의 주성분은 탄소다. 탄소는 부도체(不導體)가 아닌 도체(導體)다. 도체인 석탄 가루가 전자 부품에 침투하게 되면 큰 문제가 된다. 자동차나 선박 등이라면 전자 부품이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잠깐 멈추는 정도의 사고가 일어나고 말겠지만 우주선 같은 경우는 자칫 잘못하면 대형 참사로 연결될 수 있다.

석탄화력으로 인해 온갖 피해를 겪고 있는 당진시민들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하다. 수많은 환경피해를 입었지만 지금 가동되고 있는 발전소를 폐쇄하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더 이상의 발전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 지금 화력발전소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고흥이나 해남의 주민들의 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고장 일이 아니라고 무심해서도 안 된다. 결국 당진과 고흥, 해남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서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누군가의 전기사용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석탄화력으로 인해 고통 받고 집단행동까지 나서게 된 주민들을 허투루 봐서는 안 될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유종준 기자는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입니다.

ⓒ 201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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